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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그 애 (1)

bongsung 2016. 5. 1. 23:01

 

 

 

 

 

입걸레. 모두들 걔를 그렇게 불렀다.

욕을 입에 달고 살아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남고에서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남자애들이야 어딜가나 수두룩했으니까.

 

그 애는 입으로 해주는 대신 돈을 받았다.

한번에 만원이었나 이만원이었나.

걔한테 돈주고 입봉사를 받았다는 녀석들은 봤어도 끝까지 갔다는 말은 한번도 듣지 못했다.

하긴, 다들 처음을 남자에게 주고 싶지도 않았겠거나와 걔도 그걸 바라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순영은 그런 전원우와 올 해 같은 반이 되었다.

 

 

 

 

 

 

전원우는 묘한 구석이 있었다.

허우대도 멀쩡하고 생긴 것도 곱상한 것이 남녀 가리지 않고 인기좀 제법 있을 얼굴을 하고선 늘 혼자였다.

하긴, 입에 제 물건을 들이밀고 싸버린 애랑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았겠지. 껄끄러웠을테다. 

학교에서 좀 잘 논다 하는 녀석들 치고 전원우 입에 제 것을 안들이민 애들은 거의 없었다.

 

권순영는 어느 쪽이냐하면 학교에서 좀 놀지만 전원우와 한번도 접촉이 없던 축에 속했다.

얼마든지 같이 놀 여자애들도 있었거니와 사실 순영은 같은거 달린 남자새끼한테 제 물건을 들이민다는 것 자체가 거북스러웠다.

때문에 전원우와 같은 반, 그리고 같은 짝이 된 것이 더더욱 그러했다.

 

 

 

 

 

"야, 너 입걸레랑 짝이라며"

"어, 뭐"

"어떠냐"

"뭐가"

"옆 자리에 앉으면 막 꼴리지 않아?"

"지랄하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뿜어낸 순영이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그러니까 이런게 싫다.

애초에 아무런 생각이 없는데, 자꾸만 거슬리게 만드는거.

 

 

"야 권순영 입걸레한테 한번도 봉사 안받았잖아"

"이 새끼 은근 순진하네. 야, 얼마 안해"

"꺼져 너네들이나 받아"

"야 혹시 아냐 짝궁 디스카운트 있을지"

 

 

뭐가 좋다고 낄낄대는 건지.

저런 것도 친구들이라고 놀고있는 제가 순영은 한심하게 느껴졌다.

 

 

 

 

 

 

"왜?"

"뭐가"

"아니, 쳐다보길래"

"내가 언제"

"아니면 미안"

 

 

점심도 혼자 먹고, 하루종일 말도  안하는 주제에 생각보다 전원우는 태연하게 말을 걸었다.
사실 뭐 말을 못 걸것도 없지만.

 

 

"야 전원우"

"어"

"너 숙제했냐"

"...뭔 숙제"

 

 

아, 얘도 공부랑은 거리가 멀지.

순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곤 제 숙제를 건내준다.

 

 

"다음 시간 수학이야, 너 숙제 안하면 맞아"

"....땡큐"

 

 

떨떠름하게 공책을 받아든 전원우가 느릿하게 공책을 꺼내 받아적는다.

커튼을 스치운 바람이 전원우의 머리를 스쳐 순영에게 다가왔다.

샴푸냄새, 좋네.

씨발, 내가 뭔 생각을 하냐.

 

 

 

 

 

 

 

순영이 전원우를 지켜보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물론 대놓고 옆에서 보진 않는다.

전원우가 수업시간에 정신없이 자고 있을때라던가, 교실 밖에서 다른 녀석이 전원우를 부르는 그 순간들.

점심시간이나 청소시간이면 전원우는 꼭 사라진다.

그리곤 조금 흐트러진 얼굴로 돌아오는 것이다.

비누향과 치약향을 뭍히고서.

 

 

"또 자냐"

"졸려"

 

 

꾸벅꾸벅 조는 전원우를 툭 치며 묻자 웅얼거리듯 대답한다.

순간 순영은 다른새끼꺼 열심히 빨아줘서 그러냐는 말도 안되는 질문을 할 뻔한걸 가까스로 눌러냈다.

자기가 왜 그런걸 신경쓰지?

 

 

 

 

 

 

 

 

 

 

 

 

"권순영, 선물이야"

"야, 너네 뭐야"

"좋은 시간 보내라!"

 

 

 

주말이라 할 것도 없고 하니 어울려 노는 녀석들과 술마시고 늦게까지 있던 것이 화근이었다.

집도 코앞인 녀석들이 모텔에 가자고 할때부터 알아봤지.

술기운에 집까지 걸어가기 귀찮아 알았다고 했건만, 녀석들이 우르르 나가더니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너 뭐냐"

"........"

 

 

전원우의 사복은 처음보았다. 그래서 그런지 낯설게 느껴졌다.

아, 모텔에서 봐서 낯선건가.

놀란 순영이 퉁명스레 물어오자 전원우는 말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리와"

 

 

 

무슨 정신으로 그런말을 안건지는 순영은 스스로도 알 길이 없었다.

제 말에 평소와 다르게 아무 말 없이 다가와 침대 아래에 무릎을 꿇고 다리사이에 자리한 전원우의 행동에, 순영은 아랫배가 뜨거워짐을 느꼈다

전원우는 익숙하게 벨트에 손을 대곤 지퍼를 내린다.

지익- 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 차라리 순영은 제 목울대가 일렁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제 의지와는 다르게 반쯤 서버린 것을 손에 든 전원우가 입을 벌려 물었다.

 

 

 

"읏-"

 

 

 

누군가의 혀가 닿는 것은 처음인지라 순영은 잘게 몸을 떨며 입술을 꾹 깨문다.

까슬하고 따듯한 혀의 감촉이란,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어 순영은 저도 모르게 침대 시트만 부여잡았다.

그러다 열심히 움직이는 전원우의 머리꼭지만 보인다.

능숙하게 움직이는 혀는 분명 기분이 좋았으나 순영의 안에선 울컥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씨발"

 

 

 

그대로 원우의 뒷머리채를 잡은 순영이 그대로 몸을 일으켜 침대에 눕혀 단숨에 그 위에 올라탔다.

놀랐는지 토끼눈을 한 전원우의 입가는 온통 침범벅이었다.

 

 

 

"순영아"

"하아, 미치겠네"

 

 

 

잔뜩 흐트러진 얼굴을 하고선 제 아래에 누워있는 전원우라니.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광경이었음에도, 그 모습은 충분히 순영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이라 순영은 한숨을 내쉬며 원우의 가는 팔목을 쥐었다.

한 손에 잡히는 것이 여자애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가 않다.

거칠게 침대에 눕혔음에도 순영은 생각보다 차분하게 원우의 뺨을 감싸곤 입술을 맞대어 혀를 밀어넣었다.

 

 

 

"읏-, 하아"

 

 

처음에는 잠자코 있던 전원우는 혀가 들어오자 어쩔줄 몰라하며 버둥댄다.

펠라는 능숙하게 하더니만 전원우의 혀는 좀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았다.

왠지 심술이 생겨난 순영은 그대로 손목에 힘을 실어 더욱 깊숙히 혀를 밀어넣곤 제 아랫도리를 꾸욱 눌렀다.

 

 

 

"흣, 수, 순영아"

"후, 가만있어"

"시,싫어. 순영아, 나-"

"너 되게 처녀인척 군다."

 

 

 

어디서 그런 못된 말을 배웠는지는 모른다.

뭐, 아마 야동이나 애들끼리 돌려보던 저급한 만화에서 나오는 싸구려 대사겠지.

그럼에도 전원우는 착실하게 그에 걸맞는 상처받은 표정을 지어보인다.

 

 

 

"한번 하는데 얼만데?"

 

 

 

못된말은 쉬지를 않는다. 왜 그런말을 내뱉었는지는 순영도 알 길이 없다.

자꾸만 뾰족한 말들이 튀어나와 전원우를 상처입히고, 결국 코끝이 발게지고 눈가가 붉어졌다.

 

 

 

"야, 우냐"

"......."

"....미안하다, 전원우, 미안해."

 

 

 

꼴에 남자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는 건 보여주지 않는데, 그게 더 어쩐지 슬퍼보여 순영은 결국 일어나 전원우를 달랜다.

잘게 딸리는 몸이 고스란히 순영에게 전달되어 순영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미안,하다고"

"......"

"일단 앉아봐. 어? 전원우. 응?"

 

 

아까보다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를 한 순영이 원우를 침대에 앉힌다.

좀처럼 고개를 들려하지 않는 전원우를, 순영은 그대로 제 품에 안았다.

그대로 안겨왔다 다시 벗어나려는 것을 슬쩍 다시 안아오자 이번엔 가만히, 제 품에 안겨 숨을 고른다.

마른 가슴이 그대로 느껴져 세게 안으면 부러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무짓도 안할게. 그러니까. 자고가"

"......."

"늦었잖아. 벌써 새벽 3시야"

 

 

 

새벽2시가 넘어서 집에 나온 애가 새벽 3시에 들어간다고 이상할건 없지만 순영은 이상하게 전원우를 보내고 싶지 않다.

이대로 보내버리면 훌쩍 떠나버려 다시는 못 볼 것 같다고 해아하나.

 

 

 

 

"내일 몇시에 일어나야되?"

"너는?"

"12시 전에만 나가면 되니까"

"너 일어날때 나도 깨워줘"

 

 

진정이 된 건지 불이 다 꺼진 방 안에 누운 전원우가 차분하게 대답을 한다.

핸드폰을 들어 11시30분에 알람을 맞춘 순영이 두 눈을 꾹 감아 내린다.

피곤해 죽을 것 같은데 흥분감이 가시질 않아 쉬이 잠이 오질 않았다.

 

 

 

"자냐"

"....아니"

"키스해도 돼?"

"........"

 

 

 

어둠속에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전원우의 표정엔 약간에 두려움이 섞여있었지만 아까와 같지는 않다.

까만 두 눈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어 순영은 조금 답답했지만 긍정의 의미로 깨닫고는 원우에게 조금 더 다가간다.

 

 

 

"정말, 키스만 할게"

"으응"

 

 

 

입술이 다가오자 슬며시 눈을 감아온다, 속눈썹이 생각보다 기네.따위의 생각을 한 순영이 조심스레 입술을 포갠다.

입술 사이를 가르고 혀를 밀어넣자 닿는 혀가 떨려옴이 느껴진다.

전원우는 키스엔 서툰걸까.

이유는 모르지만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안심이 된다고 해야하나.

순영은 원우의 입안을 아주 느릿하게, 훑어내린다.

숨이 찬지 원우가 버둥댈때마다 숨통을 틔여주면서, 입술에 가볍게 뽀뽀도 하면서.

지난 겨울에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해줄 때와 같은 키스를 했다.

 

 

 

아주, 사랑스럽게 느껴졌다는 의미다.

전원우가 왜 그토록 사랑스러워보였는지는, 순영은 알 수 없다.

 

 

 

 

 

다음날 눈을 떴을 때, 전원우는 없었다.

허탈하기도 하면서도 남겨진 쪽지에 마음이 마냥 나쁘진 않다.

 

 

 

학교에서 봐.

 

 

 

순영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