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에서 굿나잇까지

청춘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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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는 권순영을 좋아한다, 아니 짝사랑하고 있다.

깨닫게 된 것은 아주 최근, 술자리에서.

고등학교 동창이 몸이 좋지 않다는 말 한마디에 쪼르르 달려간 권순영을 애타게 찾던 김민규의 모습이란.

술을 아주 들이부어 마신탓에 석민은 그날 처음으로 김민규의 술 취한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오늘도 순영의 옆자리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참, 애처롭기까지했다.

그래봤자 순영에겐 썸타는 고등학교 동창이 있다.

아니 사실 썸을 넘어선 것 같은데 말이지.

 

 

"야 김민규 매점가자"

"아 귀찮아"

"석민아 너 매점갈거야? 가면 나 바나나우유 하나만"

"형 내가 사올게. 다른거 뭐 안먹을래?"

 

 

쯧, 속도 없는 새끼.

제가 가자고 할 때는 귀찮다고 하면서 바나나우유가 마시고 싶다는 순영의 말엔 바로 반응한다.

게다가 순영에겐 형이라하고 자기는 이석민이다.

그래 빠른 생일인 자기가 잘못이지.

 

 

"야 권순영 너도 같이 갈래?"

"그럴까?"

"가자 가."

 

 

침울해하는 김민규가 애잔해 결국 석민은 선심을 쓴다.

애초에 어지간한 일이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권순영은 흔쾌히 따라 일어섰다.

저 주체할수 없는 광대 어쩔건데 김민규야.

 

 

 

 

 

 

 

 

 

 

 

 

 

 

 

 

"오늘 너네끼리 놀아"

"아 형 왜"

"오늘 나 갑자기 일 있어서. 미안. 나 간다."

 

 

 

어제밤만해도 순영은 단톡방에서 같이 치맥이나 하러 가자했다. 되려 술좀 그만마시자고 한 건 석민이었고 좋다고 한건 김민규였다. 그러나 권순영이 약속을 파토내자 이젠 김민규가 술을 안마신댄다. 세상에나.

 

 

 

"술 안마셔?"

"간만에 집에 일찍 갈란다."

"너 아까도 곱창에 소주 땡긴다며"

"됐어"

 

 

태세전환보소. 사랑의 힘이 이렇게 대단한건가. 석민은 혀를 내두르곤 자기도 일찍 들어갈까하는 생각을 가졌다.

아마 이지훈만 안지나갔더라면 그랬을테다.

 

 

 

 

 

 

 

 

 

 

 

 

 

 

 

"야 이석민. 너도 권순영 여친 알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너 권순영이랑 같은 동네 산다며"

"나 예고 나왔어"

"아 왜모르냐고!!"

 

 

 

내가 너보다 학교 1년 일찍 졸업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구나.

석민은 또 술에 올라 제게 꼬장을 부리는 김민규를 보고는 한숨을 내쉰다.

모두 다 이지훈 때문이다. 요즘 고딩 동창이랑 썸타던데? 하는 이 한마디가 김민규를 순대국집으로 인도했다.

심지어 석민은 소주가 안땡겼는데도 말이다.

 

 

 

"야 그만마셔"

"시러어 더 마시꺼야"

"너 취했어"

"몰라아 이석미인 꺼져어"

 

 

 

진상. 어휴. 진상.

석민은 제 손에 들린 소주병을 다시 빼앗고는 쪼르르 제 잔에 붓는 김민규를 보고는 한숨을 쉰다.

 

 

 

 

"야 김민규"

"어어"

"그게 중요해?"

"뭐가"

"권순영 여친 생긴거"

"그럼 안중요하냐!!"

"왜 중요한데?"

 

 

 

응? 보채는 제 목소리에 김민규의 입술은 좀처럼 열릴줄 모른다.

석민은 작게 한숨을 내쉬곤 김민규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가자. 너 취했어.

 

 

 

 

 

 

 

 

 

김민규는 혼자 산다.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하시면서 저도 떨어져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김민규는 유난히 외로워 했고, 빨리 집에 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덕분에 자취하는 석민도 학교에서 1시간 거리의 김민규의 집에서 몇번이나 잔 적이 있다.

그만큼 김민규는 손이 많이 갔다.

 

 

어두운 집안 불을 킨 석민이 김민규를 침대에 눕힌다.

길죽한 기럭지 덕에 여름이 오지 않았음에도 석민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김민규는 뭐라 중얼대면서 침대에 누워 정신을 못차린다.

 

 

 

 

"야 김민규 나 간다, 후 더럽게 무겁네"

"가꺼야?"

"어 간다"

"가지마아"

"니 술주정 들어주기 싫어 간다"

"혀엉, 석민이 혀엉 가지마아"

 

 

 

여우같은 새끼. 김민규는 꼭 지가 아쉬울때 저를 형이라 부른다.

대부분 술에 취할때 그런 짓거리를 하는데 그게 어쩐지 더 여우 같은 거다. 일부러 그러는거다. 일부러.

제일 병신같은 건 꼭 그때마다 여우짓에 넘어가는 자신이다.

 

 

 

 

"물 줘?"

"으응"

"너 정신 좀 있으면 씻고 자"

"수녕이 형은?"

"권순영을 여기서 왜 찾아"

"너한테도 연락 안왔어?"

"연락 왜 와 걔 지금 신나게 데이트 할텐데"

 

 

 

더워서 그런지 말투가 묘하게 날카롭게 나왔다.

그걸 느낀건지 김민규의 입술이 실룩인다.

 

 

 

 

"연락하지말고 자"

"시러"

"김민규"

"연락할거야아"

"순영이 좋아해?"

 

 

 

분명 제 상상에서의 김민규는 순영을 좋아하냐 물으면 얼굴이 벌개져 부정할 놈이었는데.

현실은 부정조차 하지 않는다. 힘이 더 빠지는 부분이다.

다만 울것 같은 얼굴로 고집스러운 입술만 꾹 다물고 있을 뿐이다.

뭐라 한마디 하려던 석민은 역시 입술을 꾹 다물고 김민규를 일으켜 화장실로 밀어넣고는 제 발도 신발에 밀어넣는다.

 

 

 

"김민규 나 간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자정이 넘은 지금, 석민은 택시를 잡았다.

사실 순영에겐 열시즈음 잘 놀고 있냐는 연락이 왔었다. 그렇지만 방해받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김민규는 권순영을 좋아하고,

자신은 그런 김민규를 좋아하고 있다.

 

 

 

 

 

 

 

 

 

 

 

 

 

 

 

 

 

 

 

 

 

엄... 겸규 영원 솔찬 쓰고 시픈데 잘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