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에서 굿나잇까지

순찬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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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빠는 결혼을 2번이나 했다.

우리 엄마와 결혼을 해서 알파인 지훈이 형과 나를 낳았고,

작은 엄마와 결혼을 해서 베타인 순영이 형을 낳았다.

 

 

순영이 형이 우리집에 온 건 꼭 3년전 오늘이었다.

우리 엄마 말을 빌리자면 형은 꼭 버려진 고양이 같은 꼴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우리 셋 형제는 닮은 편이었지만 지훈이 형은, 순영이 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순영이 형이 우리 집에 오게 된 것은 작은 엄마가 죽었기 때문이라 했다.

얼굴은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엄마 기억으로는 예뻤다고 했다.

우리 엄마는 아빠에 대한 사랑이 없어, 아빠의 여자들을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하곤 했다.

 

 

 

 

 

지훈이 형과 순영이 형은 올 해로 열 아홉이 되었고, 나는 형들과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지훈이 형은 오메가면 안전하게 오메가 학교로 가지 어째서 공학을 오게 되었냐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작년부터 히트싸이클이 시작된 나는 형에게 꼭 약을 잘 챙겨먹겠노라며 약속을 했다.

 

 

지훈이 형이 우성 알파임에 비해 나는 열성 오메가라 사실 베타나 다름이 없다.

아빠는 이 점을 안타까워 했다. 아빠는 자식을 소유물로 보는 사람이었다.

그런 아빠가 어째서 사업적으로 아무런 거래가치도 없는 순영이형을 거두었냐에 대한 세간의 구설수가 돌았다.

물론, 보여주기식 자선이라는 결론이 나온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그래서인지 아빠는 지훈이형 말고는 우리 둘에게 관심이 없었다.

엄마는 그나마 나에게 관심을 잘 가져주는 편이었지만 그것도 조금 한가할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나에게 지대한 관심을 비쳐주었던 사람은 작년에 일을 그만둔 도우미 아줌마 하나였다.

 

 

 

 

 

 

형 뭐해,

문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들어가자 순영이 형이 황급히 손에 들린 담배를 껐다.

한 두번 본 것도 아닌데.

형은 많이도 놀란 얼굴이었다.

 

 

"어, 차, 찬아"

"뭐하고 있었어?"

"아무것도. 어쩐일이야?"

"나 심심해"

 

 

사실 할 일은 많았지만 나는 부러 형의 침대에 털썩 쓸어져 누웠다.

형에게만 나는 특유의 향이 났다.

알파나 오메가에게 나는 그런 공통적인 향 말고. 딱 순영이형 냄새.

 

 

 

"집에 아무도 없어?"

"어"
"밥은"

"배 안고파"

 

 

 

형은 내 옆에 앉아 살짝 땀이 난 내 이마를 손으로 쓸어올려준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좋아 나는 눈을 슬쩍 감았다.

 

 

 

"형이랑 뭐 먹으러 갈래"

"뭐"
"찬이 먹고 싶은거"

"생각 없어"

 

 

입술을 비죽 내밀며 투정을 부려본다. 형은 픽 웃더니 다시 내 머리를 헝클이듯 쓸어넘겼다.

가끔 지훈이 형말고 순영이 형이 내 친 형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우린 피자를 시켜먹었다.

5월이었지만 날은 더웠고, 몸은 늘어졌다.

순영이 형은 영화를 하나 골라 틀었고 우리는 침대에 걸터 앉아 피자를 한조각씩 손에 들었다.

 

 

 

"형"

"어"

"우리집 재미없지"

"왜"
"그냥, 난 재미 없어서"
"난 찬이 때문에 재밌는데."

 

 

 

형은 이따금씩 이런 거짓말들을 하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나는 마음 한켠이 간지르르 해오는 것이다.

 

 

 

 

 

 

 

 

"형"

"응"
"나 지난주에 우리 학교 알파랑 잤어"
"....어?"

"형은 그런 적 없어?"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해버렸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영화 속 남자가 여자를 침대에 눕혀놓고 키스를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난 주 이름도 잘 모르는 남자애와 잘때 순영이 형을 생각했다.

난 이따금씩 순영이형을 보면서 욕정을 했다.

 

 

 

"찬아"

"베타들은 잘 안그래?"

 

 

 

형은 학교에서 베타임에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같은반 여자애들이 순영이형을 물어올때마다, 나는 심기가 불편했다.

 

 

 

 

"장난이야 형. 놀랬지?"

 

 

 

난 키득거리며 손에 묻은 치즈를 빨았다.

반바지를 입은 다리를 움직일때마다 허연 허벅다리가 보였다.

사실 난 잘 알고 있다.

순영이 형이 나를 어떤 상대로 보고 있는지.

 

오메가들은 그런 쪽으로 감이 발달되어있다.

이 사람이 나에게 욕정을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아무리 내가 열성이라해도 그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순영이 형은, 나와 자고 싶어했다.

 

 

형은 열에 들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 이내 방을 나가버렸다.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형이 얼마나 흥분했는지 느껴져 뒤가 살짝 젖어버렸다.

 

 

 

 

 

 

 

 

형은 그날 이후 나를 피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간 꼭꼭 숨기고 숨겼던 마음을 나에게 들켜버렸으니까.

 

 

"야 이찬"

"어"

"몸 사려"

"어?"

"냄새나니까, 몸 사리라고"

 

 

지훈이형에게도, 순영이 형은 감추지 못했던걸까.

늘 무뚝뚝하게 구는 지훈이 형은 집에 있을 때마다 나를 순영이형과 가까이 있지 못하게 했다.

어쩌면 순영이형보다 더 위험한 것이 알파인 본인임에도 말이다.

 

 

 

 

 

그러나 지훈이 형이 간과한 점이 있다.

내년에 성인이 되는 형은 아버지의 사업에 이용되어 늘 바빴고, 쓸모없는 열성 오메가인 나는 한가했다.

베타인 순영이 형은 두말할 것 없고.

 

 

둘이 있는 시간은, 꽤 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