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전력] 친구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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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실수였다.
그냥 하룻밤의 실수.
고등학교때부터 군대를 다녀와 복학한 지금까지, 전원우는 권순영의 둘도 없는 친구였다.
자취방에서 맥주 한잔을 하면서 전원우의 옆모습을 흘긋 봤고, 쭉 뻗은 콧대하며 살짝 열린 입술이 너무 예뻤다.
이미 그때부터 제정신이 아니었지 싶다.
그대로 전원우의 뒷목을 잡아 입술을 맞추고 혀를 밀어넣었다.
놀라 커진 두 눈도, 부끄러워하는 표정도 모두 미치게 예뻐서 전원우가 원래 이렇게 예뻤나 싶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간다. 방금전까지 제 아래에서 야하게 울었던 전원우는 어디로 갔을까.
목끝까지 셔츠 단추를 야무지게도 채운 원우가 어깨에 가방을 들춰맨다.
바지하나만 입은 채 이불에 누운 수녕이 반쯤 몸을 일으키곤 원우의 손을 잡는다.
"어디가아"
"조별 과제"
"가지마"
"뭐래 가야되"
귀찮다는 투로 말하긴 하지만 전원우는 제 손을 뿌리치지 않는다.
순영은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원우를 제게로 당겨와 안기게 한다.
마른 허리가 그대로 품에 안겨왔다. 전원우는 투덜댔지만 순영은 코에 걸친 안경을 슬쩍 빼곤 입을 맞추었다.
"이따가 다시 와"
"싫어"
"올거지?"
아무 말 없이 현관문을 나서는 전원우의 귀 끝이 발갛게 물들었다.
전원우가 다시 온 것은 저녁 8시 즈음이었다.
손엔 캔맥주와 더럽게 좋아하는 야채과자가 있었다.
"새우깡 사오라니까"
"난 이거 먹고 싶어"
"저녁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은 전원우가 베시시 웃는다.
순영은 이상하게 저럴때마다 마음이 간지르르했다.
"새끼, 라면 먹을래?"
"그럴까?"
"밥 잘 먹고 다녀 병신아, 그러니까 맨날 쳐마르지"
제 타박에도 전원우는 실실 웃는다.
아, 착각할까봐 말해주는건데 순영과 원우는 친구다.
"아 시러어"
"뭐가 싫은데"
소파에 앉아 입을 맞추곤 위에 올라타자 원우가 조그맣게 칭얼댄다.
키스를 할땐 가만 있으면서 더 진도를 빼려고 하면 전원우는 늘 투덜댄다.
그러거나 말거나 순영은 원우의 동그란 안경을 빼들곤 입술에 쪽 소리가 나게 맞춘다.
"한번만 하자 원우야"
"맨날 한번이래"
"너도 좋아하잖아"
웃으며 옷을 벗겨내자 미약한 저항이 들어온다.
꼭 이런식이다.
"수, 순영아, 흐윽, 아, 빨라, 힉, 아, 으응"
"후우,하아, 빨라? 어?"
"힉, 으응, 아, 히, 힘드러어"
두 눈에 눈물이 고인 채 전원우가 칭얼댄다. 이런 얼굴이 미치게 좋으면 중증이 아닐까.
얼굴을 가리려는 원우의 마른 팔을 잡아 끌어내리자 눈물이 더욱 어룽진다.
"하지마아-"
"왜 얼굴가려, 후우, 어?"
"시러어, 읏, 아, 이, 이거 하지마아"
마른 허리를 감싸 제 위에 올리자 어쩔줄 몰라한다.
그래봤자 제 손바닥 안이지.
버둥거리려는 허리를 잡고 꾸욱 누르자 제 앞으로 몸이 쏟아져내린다.
전원우는 절대로 먼저 순영을 끌어안지 않는다. 어쩌면 마지막 경계선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으응, 수녕아, 흐, 시러어"
"뭐가, 응? 너 존나 조이는데?"
"그런 말, 흑, 하지마아"
깊게 들어와 좋아하는 주제에 전원우는 답지 않는 내숭을 떤다.
귓가에 대고 음담패설따위를 지껄여주면 더욱 좋아한다.
"안에 해줄까? 어?"
"으응, 시러"
세차게 고개를 젓는 눈가가 발갛게 물들었다.
흥분을 하면 눈가가 젖는데 그게 존나 야했다.
순영은 원우의 눈가에 입을 맞추려다 그만 두곤 다시 침대에 눕혀 마른 다리를 제 허리에 감겼다.
전원우는, 다시 또 울었다.
전원우는 학교에서 제법 인기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심심찮게 전원우가 후배나 선배 혹은 동기 여자애들에게 고백받는 모습을 보곤 했다.
오늘은 같은 교양을 듣는 다른과 1학년이다.
"능력좋네"
"뭐가"
"쟤 존나 예쁘다고 소문났잖아"
"몰라"
"사귀쟤?"
"싫다했어"
"왜?"
순영의 질문에 전원우는 대답 대신, 꼭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전원우랑 사귀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먼저 손을 내밀 자신이 없다.
애초에 둘다 노멀한 취향으로 살아온데다가 서로 누구랑 먼저 잤는지까지 알고 있는데.
이제와서 낯간지럽게 연인사이니 이런걸로 살아갈수 있을까.
아니, 사실은 서로 미래를 계속 책임져 줄 수 있을까.
만약 보통의 연인처럼 사귀다가 언젠가는 헤어질텐데.
전원우와 그렇게 안보고 살아갈 수 있을까.
전원우에게 연락이 없은지 꼭 일주일 째다.
제 딴에는 아마 지난번 고백사건이 충격이었던 것같다.
사실 순영은 잘 알고 있다. 원우가 저를 많이 좋아하는 걸.
시작도 사실 그렇게 된거지. 쟤가 나 좋아하니까 한번쯤은 자주지 않을까.
학교에서도 흘긋 보면, 전원우는 저를 지나친다.
고등학교때도 혼자 꽁해 있으면 저지랄로 굴었다. 그럴때마다 순영이 금새 달래주곤 했는데.
순영은 이번만큼은 쉽게 그렇게 되지를 않는다.
"둘이 싸웠어"
"싸우긴, 아니야"
"전원우 요즘 맨날 혼자 다니잖아"
"저 새끼 나 없으면 왕따야 원래"
"그러니까 너가 챙겨야지"
쭈쭈바를 빨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동기의 말에 순영은 코끝이 찡했다.
전원우는 사실 더 좋은 대학에 갈 수도 있었다.
제가 와서 이 대학, 이 과를 선택한거다.
낯가림이 원체 심한터라 전원우는 학교에 와서도 저 말고는 다른 애들과 도통 어울리질 못했다.
전원우가 보고 싶어졌다.
전원우 집에 도착했을 땐 멍청한 얼굴로 저를 맞이했다.
제대로 치우지도 않아 어질러있는 방구석하며, 손에는 그 좆같은 야채과자가 들려있다.
"뭐하냐"
"순영아"
"나한테 연락도 안해고 뭐해"
"...아, 저, 그러니까"
바보같은새끼.
제 얼굴을 보고 뭔 생각이 들었는지 몰라도 전원우는 갑자기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뒤로 확 돌아버린다.
꼴에 남자라고 우는 모습은 보여주기 싫었나보다.
"야, 나봐봐"
"시러어! 꺼져"
"전원우"
"왜 왔어!"
"원우야"
"우리집 멀어서 안오면서 오늘 왜왔어!"
쪼잔한 새끼, 맨날 자기 집에 놀라오라해도 그때마다 멀어서 안간다고 한게 그렇게도 속상했나보다.
그런 모습조차 귀여워 순영은 비죽 솟아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낸다.
"원우야"
"뭐, 그만 불러"
"나봐봐"
"꺼져 너 가"
"우리 사귀자"
바보 같은 얼굴. 제 목소리에 고개를 든 전원우의 표정이 딱 그랬다.
근데 왜 귀엽냐고.
순영은 미묘한 표정을 하더니 울먹이는 전원우를 그대로 침대로 밀어뜨려 위에 올라탄다.
"사귀자고"
"......무거워 너"
"대답 안할거야?"
집요하게 물어오는 제 목소리에 전원우는 여전히 입술만 꾹 다문다.
순영이 애가 탈 무렵, 전원우의 하얀 손이 제 뺨을 감싸와 제 입술로 도장 찍듯 입술을 꾹 누른다.
"무르기 없기야"
울것 같은 표정을 짓는 전원우의 귓가가 잔뜩 달아올랐다.
오늘부터 순영은 전원우와 친구는 그만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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